마약 8장
이제 읽었는데 미친 거임? 걍 오웬카인임 세기말 비엘 같아
→ 이라고 8장 읽고 트위터에 썼는데 8장은 티저였음.
8장 자체가 카인 시점으로 진행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와... 이 시점 전환이 정말 파괴적이네... 늘어지던 이야기가 훅 재밌어지네.
마약 9장
9장 초반인데
카인 진짜 기존세
- 너도 이제 (이런 대화) 슬슬 질리잖아?
- 죽고 싶냐고? 죽고 싶지 않아.
- 떼 다 썼니? 이제 생산성 있는 대화를 하자.
저런 다음에 저 오웬하고 생산성 있는 대화를 진짜로 하고 있다는 게 카인의 대단한 점이다
카인: (아이의 인격이 아니어도, 이 녀석은 나한테 흥미가 있는 건가. 의외스러움을 느끼면서 나는 이야기를 이었다.)
카인 진짜ㅋㅋㄱㅂㄱㅋㅋㅋㅋ 개웃겨...이제... 알았냐.....
물론 오웬이 그거 관심이라고 못 느끼게 괴롭히며 깔짝거린 탓이 크겠지만...
근데 애초에 관심 없었으면 눈깔 안 바꿨다니까... 눈깔 교환은 오웬한테도 리스크밖에 없는데....... 자기보다 훨씬 약하고 어린 갓난 아기 같은 카인 지켜줘야만 하는 명분이 생겨 버리는데... 귀찮지...... 죽이면 편한데 입으로만 죽인다고 하고 죽이지도 않잖아
그러니까 걍 관심 있고 좋아한다고 말을 하라고 퍽퍽
카인: 어째서 배신당하는데 기뻐하는 거야?
오웬은 입꼬리를 올렸다. 기분 좋게 손톱 끝을 흔들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오웬: 추악한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기사님이 이 세상에 실망할 테니까.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머리를 감싸 쥐고, 초조해하면서 너를 정의의 사도로 만들어주지 않은 세상을 원망할 거야. 그런 기사님의 모습을 보고 싶어. 화가한테 그리게 해서 성당에 장식해도 좋아. 영웅 그림보다 구경꾼들이 몰려올걸.
야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 작작 해라
관심은 표현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어린애냐
지금 개쪼개며 읽는 중
카인은 분명 목숨을 건 대화를 하고 있는 건데 오웬 넘 웃겨 말하는 거랑 하는 짓이
오웬: 그렇구나. 그래서 두고 가지 않겠다고 한 건가. 그럼, 리케나 미틸이나 클로에한테는 그렇게 말하면 되는 거 아냐? 내가 어린아이 같아졌을 때는 나를 두고 가지 말라고. 미스라 녀석들은 모를 거야. 듣고 있어? 기사님.
카인: 응? 아, 뭐라고?
오웬: 너 말이야…….
카인: 미안 미안, 듣고 있었어.
오웬은 어깨를 으쓱이며 트렁크 위에서 솜씨 좋게 책상다리를 했다.
오웬: 기사님이 빨리 강해지면 될 텐데. 어린 애인 나에게서 정도는 좀 지켜주라고. 조그만 녀석들 말이야.
카인: 충분히 알고 있어. 날마다 단련을 쌓아갈 생각인데…….
자신의 앞머리를 만지며, 오웬은 따분한 듯 다리를 흔들었다.
오웬: 주문이 안 좋아.
카인: 주문? 내 마법 주문 말이야?
오웬: 그래. 안 좋은 건 아니지만, 말이 너무 커.
말이 너무 크다?
오웬: 그러니까, 아직 너는 잘 다룰 수 없어. 뭐, 기사님다워서 좋지만.
카인: 잠……. 잠깐만, 오웬. 좀 더 자세히 가르쳐주면 안 될까.
나는 황급히 부탁했다. 뭔가, 내 성장의 계기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오웬은 불쾌한 듯 입을 구부렸다. 말한 것을 후회하듯 휙 외면한다.
오웬: 싫어. 오즈한테 물어봐.
하 나 오웬카인 좋아하네 하,,,,,,,,🤦🏻♀️🤦🏻♀️🤦🏻♀️🤦🏻♀️🤦🏻♀️🤦🏻♀️
아니 근데 오웬 하는 행동이 너무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ㅋㅋ 하~~~~ 카인한테 첨부터 감겨 있었는데 인정 못 하다가 입덕부정기 조금씩 허물어가는 거 같아서 하~
[기사님다워서 좋지만 / 싫어 오즈한테 물어봐] 까지 너무 클리셰임
오웬: 갓난아기가 고무젖꼭지를 물고 세상은 나의 것, 이라고 말해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잖아?
이제까지 카인이 마법 쓸 때마다 그런 시선으로 보고 있던 거냐고
오웬아 과하다
오즈: 싫다.
리케: 어리광을 부리지 말아 주세요. 벌써 2000살도 넘었잖아요.
하 진짜 웃겨서 미침........... 세계최강아빠가된일진짱법사에게 잔소리하는 소년.
중간중간에 카인이 오즈에게 허물없이 대할 때마다 다른 법사들이 깜짝 놀라는 것도 귀여웠어 ㅋㅋㅋㅋㅋ
카: 오웬을 두고 가지 말아 줘. 두고 가면, 케르베로스를 꺼내서 공격해올 거야.
오즈: 항상 그렇다만.
오즈한테 북쪽법사들 이미지 진짜ㅋㅋㅋㅋㄱㄱ 지들이 만든 이미지긴 한데....
내가 해석하는 오웬은 세이스바에서 많이 기인하고 있다는 점을 먼저 염두에 두고 시작해야 할 것 같음.
내가 맨 처음에 동경바빌론-X를 읽었을 때 느꼈던 것은, '세이시로 이쉑은 대체 왜 이렇게까지 내 스바루를 괴롭히는 거지? 스바루는 대체 이런 쉑의 뭐가 좋다고 저렇게까지 좋아하는 걸까?'였다. 최애인 스바루가 마음대로 죽지도 못할 정도로 아프게 한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적개심이 먼저였음.
그러나... 내 최애가 그 사람이 좋다고 하잖아. 그래서 최애의 마음을 최대한 이해해 보려고 했음. 세이시로의 심리에 대한 분석 글도 읽었고, 원작을 여러 번 다시 보면서 세이시로의 시선에 맞춰 보려고 노력도 해봤고.
그런데 그 무엇보다 가장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내가 나이를 먹는 것이었다.
세이시로의 감정선은 거칠면서도 너무나도 미묘하고 섬세해. 그 감정을 나타내는 은유도 많고. 그래서 그것을 캐치하려면 어느 정도의 경험이 필요했던 것이다.
세이시로와 비슷한? 아니면 그보다 조금 더 높은 나이대?? 즈음에 세이시로의 감정을 그려냈던 클램프. 내가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세이시로의 나이대에 점차 가까워질수록, 왜 세이시로가 그러한 행동을 했던 것인지 뼈저리게 알게 되어버렸음.
아무튼, 지금은 오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까, 세이스바 이야기는 여기서 더 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세이시로를 이해하려고 내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었고, 때문에 오웬을 보는 시선도 그를 해석하던 관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임. 내가 세이시로에게 들인 시간이 더 많으니까.
지인 분이 나에게 도대체 오웬의 어떤 부분을 맘에 들어하는 거냐고... 오웬이 1.5부에서 한 짓이 너무 끔찍해서 좋게 봐주기가 힘들다.. 라고 말씀하셨고.. 사실 나도... 동의했음. 1.5부에서 오웬이 한 짓은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이기 때문......
처음 나도 1.5부 봤을 때는 기절했거든. 오웬의 그 대사와 비슷한 대사를 듣는 것조차도 싫어했어.
그런데. 오타쿠란. 캐릭터를 이해하고 싶어 하는 습성이 있는 족속임. 그래서였는지 자꾸만 오웬이 왜 그때 그런 행동을 했을까.. 하고 곱씹어 보게 되더라. 특히 내가 오웬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해 준 계기는, 카인의 성우인 칸바라 님이, 마약 라디오 나와서였나 인터뷰였나 어디선가 "그때 오웬이 화날 만했다."라고 발언하신 것을 어디선가 보았기 때문임.
나는 1.5부 읽고 카인에게 저렇게까지 분노하는 오웬에게 그저 화만 났었거든...? 그런데 캐릭터의 성격과 그 캐릭터의 관계를 가장 잘 알고 꾸준히 연구하고 있을 성우가 직접 카인이 오웬 화나게 했다는 취지의 말을 해서... 흠, 그렇다면 나도 왜 오웬이 화가 난 것인지 좀 더 심도 있게 짚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음.
그전에 나는 항상 '오웬카인은 세이스바와 비슷한 결이 있다.'는 말을 해왔었음. 무엇보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눈을 교환한 점, 그리고 오웬이 카인에게 심각하게 집착하는 점, 주변을 맴돌면서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 점이 그러함.
그래서 오웬의 시선을 세이시로의 시선과 겹쳐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오웬 진짜... 카인 처음 만났을 때... 평생 꿈꾸던 기사가 눈앞에 있어서 얼마나 놀랐겠냐... 근데 그 기사가 늘 자기를 지켜줄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카인의 부하들)만 지키고 있었으니... 내 이상의 기사님은 날 바라봐야지 왜 다른 사람만 봐? 이런 기분이었겠지... 카인은 당연히 부하 지키고 부하 바라보는 게 당연한 거였지만.....
카인 안 죽이고 남겨 둔 것도 결국 카인이 그만큼 맘에 들었기 때문이고.. 죽이고 싶은 건 아니었다는 뜻이잖음
심지어 눈알 바꿔서 자기를 영원히 쫓아오도록 만들었어. 눈알 바꿔 낌으로써 오웬 자신도 카인을 지켜야 한다는 구속이 생겨버리는데 ㅋㅋㅋㅋ(카인이 죽으면 자기 눈도 죽으니까) 그 귀찮은 구속마저 감수할 정도로... 카인이 자길 쫓아와주길 바랐다... 호오...
오웬은 카인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하에서 그림책을 보며 그리던 이상적인 기사'라고 운명적으로 느낌. 어릴 적에 어두컴컴한 방에 갇혀서 지낼 때, 오웬이 의지할 것은 작은 그림책 하나였다. 그 그림책에 그려진 기사가 자신을 구해줄 것이라고 늘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냈음.
그런 오웬 앞에 1200년 만에 그림으로 그린 듯 완벽한 기사인 카인이 나타난 것임. 적으로.
오웬은 이해하지 못했겠지. 저렇게 완벽한 기사님이, 왜 내 편을 들어주지 않고, 남의 편에 서 있는 거지? 왜 나에게 칼을 휘두르는 거지? 기사님은 나를 지켜주는 존재가 아니야?
그러한 배신감과 더불어 호기심이 생겼을 것이다. 애초에 호기심이 없었다면, 카인을 살려 둘 이유 자체가 없다.
오웬은 웬만한 인간이나 마법사에게 자비가 없음. 이것은 북쪽 태생인 이유도 있고, 그가 워낙 외로운 일생을 살아온 이유도 있다.
아주 어릴 때에는 인간들에게 갇혀서 시간을 보냈고, 자라서는 사냥꾼 일을 하면서 압도적인 힘을 토대로 살아남는 나날이었음.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의지한다거나, 희망을 건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음. 호기심을 갖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무언가에 관심을 갖기 전에 죽여버리면 자신을 위협하는 것들도 전부 사라지고, 생존에 유리하다고 생각했을 것임.
아마 그런 오웬이 처음으로 살려 둔 누군가가 카인이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카인은 자신보다 한참 약하기 때문에 죽이려면 바로 죽일 수 있었음. 카인의 부하들까지 전부 재기불능 상태로 만든 이상, 카인이 자신에게 복수하러 와서 귀찮게 굴 것은 뻔하다. 그렇다면 후환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죽이는 것이 상책이었을 것임.
그러나 오웬은 카인을 죽이지 않았음. 자기 딴에는 자신을 '배신한' 기사일 텐데도 불구하고.
대신에 눈을 빼앗는 방법을 취함.
이것은 오웬의 잔혹함을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면서도, 오웬이 카인을 상당히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오웬은 카인의 눈을 '카나리아의 날개 같고 여름 햇살에 비친 귤껍질 같은 색의 눈'이라고 표현하는데... 아무리 봐도 맘에 들지 않으면 절대로 저렇게 표현할 수 없겠죠.
그렇게 맘에 들기에 빼앗은 것이다. 굳이 자신의 눈을 줘가면서까지.
그렇다면 왜 하필 눈을 빼앗은 것인가?
이것은 일단... 츠시미 작가가 캐릭터 설명에서 말했듯 오드아이 캐릭터를 만들기 위함이었을 것인데 ㅋㅋㅋㅋㅋㅋㅋ
이것은 어른의 사정이고.
사실 눈을 바꾸는 것은 오웬에게도 굉장히 큰 페널티임.
항상 죽고 죽이던 삶을 살던 오웬인데, 약점이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불편하겠냐. 같은 북 출신인 미스라가 약점(틸틸 형제들)이 생기자마자 그 형제들 감금할 생각부터 하는 것 보세요.
미스라는 자기가 기억도 못할 때에 약속을 한 것이므로 어쩔 수 없지만, 오웬은 정신 멀쩡할 때 굳이! 약점을 만든 것임.
카인이 죽으면 오웬의 눈도 죽는다. 그렇기 때문에 오웬은 카인을 보호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음. (실제로 중축제에서 카인이 죽을 뻔하자 오웬이 카인을 보호하면서 살려준 전적도 있음)
그렇다면 다시 눈을 바꿔서 원래 눈을 가져오면 되는 것이 아니냐 싶은데, 오웬은 카인과 같이 살고 있으면서도 그러지 않고 있음. 굳이 약점을 남겨두는 이유는?
오웬은 카인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을 빼앗음으로써, 자신을 지구(인가? 저 세계가 지구인지 아닌지가 헷갈림) 끝까지 쫓아오게 만든 것임.
동바에서 세이시로가 스바루에게 가장 소중했던 호쿠토를 죽임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스바루가 자기만 바라보게 만든 것처럼.
카인의 감정이 증오여도 좋은 거지. 자기만 바라보게 만들 수 있으면.
눈을 빼앗아갔으니 카인은 당연히 일상생활 자체가 불편할 테고(실제로 그렇다), 카인의 부하를 전멸시킨 오웬을 미워할 것이고, 자신에게 굴욕을 준 오웬을 증오할 것이고, 따라서 어떻게든 눈을 찾기 위해서 자기를 쫓아올 것임을 알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오웬은 왜 자꾸 저렇게 애색기(...) 같은 짓만 골라하느냐?
좋으면 좋다고 말하고 카인에게 솔직하게 대화하면 대인배 갓성 카인은 분명 오웬에게 마음을 열어줄 텐데 왜?
오웬은 사랑받은 경험이 없음. 항상 증오와 매서운 시선 속에서 살아왔다. 북쪽 법사들의 특징이지. 무리를 이루지 않고, 홀로 살고, 힘의 논리로 '살아남음'이 정해지는 것.
그렇기 때문에 관심이 가는 카인을 대할 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것임.
증오를 무기로 삼아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것까지는 하겠는데, 어떻게 해야 카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모르는 거야. 사실 카인을 볼 때마다 자신의 마음이 불편한 것도, 대체 무슨 감정일지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함. 누군가가 그것이 '호감'이나 '좋아한다'는 것이라는, 감정의 이름을 알려줘야 하는데, 오웬 주변에는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까.
9장에서 카인이 제대로 대화해보자고 할 때 자꾸만 도망치려고만 하는 것도, 이런 것을 해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웬만한 인간들은 자신을 보면 기절하거나 소리 지르며 도망가기에 바빴지 대화를 할 생각은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북쪽 법사들이랑은 맨날 치고박고 싸우는 사이였을 것이고.
눈과 눈을 마주치고(심지어 감정이 불편한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오웬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겠지. 물론 카인은 오웬을 대할 때 더 불편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카인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함. 오웬하고 있는 것 자체가 불편할 텐데 절대 도망치지 않음)
카인과 대화하면서 점차 태도가 풀어지는 것은... 사실 오웬이 카인과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에.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가면 좋을지, 어떻게 해야 좋은 분위기의 대화를 할 수 있는지 전혀 몰랐지만, 카인이 시키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 나름 대화다운 대화를 할 수 있었거든. 오웬도 그것은 생각보다 좋았을 거야.
게다가 카인이 "어린 너를 두고 떠나지 않아. 너의 비밀을 지킬 거야"라고 말해줬음. 오웬이 항상 원하던, 기사다운 모습으로 오웬을 지켜주겠다고 했단 말이야.....
그런데 어떻게 안 기쁘겠어. (오웬이 제멋대로 정한) 자기만의 기사가 자신을 지켜준다는데. 그래서 은근히 카인에게 조언도 해주고... 대화를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임.
1.5부 이야기로 돌아가서, 칸바라 다이치 님이 "그때 오웬이 화날 만했다."라고 하신 부분을 다시 읽어보면서 생각을 여러 번 했는데.
어린 오웬은 기사에 대한 기대와 희망, 그리고 그것이 배신당했을 때의 실망밖에 몰라.
지금의 오웬은 누군가에게 기대하지도 않고 실망하기도 전에 사람을 죽여 버리는 거 같은데(...) 어린 오웬은 누군가에게 기대를 하고 마음을 솔직히 표현함.
문제는 그 기대가 좌절되었을 때 어떻게 해결하면 되는지를 몰라.
성숙한 사람이라면 왜 상대에게 실망한 것인지를 생각해 보고 대화로 풀려고 하겠지. 하지만 그 정도로 성숙하지 않은 어린아이들은 일단 떼를 쓰고 봄. 화난 것을 표출함. 상처 오웬은 딱 그 수준에 머물러 있고... 그런데 보통의 어린아이처럼 아예 힘이 없다면 카인에게 해를 끼치지는 못했을 터이나... 힘은 또 무지막지 센 거야. 카인을 그렇게 끔찍하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케로베로스에게 그 명령을 했을 때의 상처 오웬은 그저 자신이 믿던 기사님에게 배신당해서 화난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했을 것임. 기사와 대화를 한다거나 실망을 이성적으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당장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을 기사님에게 드러내는 것밖에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카인은 어린 오웬의 이런 심리를 이해했음. 때문에 이때 어린 오웬에게 '가장 믿던, 유일하게 믿던 사람에게 거절당했다'는 상처를 줬다고 생각한 카인이, 제정신 돌아온 오웬에게 "어린 너를 화나게 했어."라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튼 그 결과 카인은 빈사 상태에 빠지고, 그제야 제정신으로 돌아온 오웬은 카인의 이름까지 부르면서 살아나라고 기도하게 됨.
진짜 오웬이 카인을 죽이려는 마음이 있었다면, 그때 기도해주지 않았어도 됐음. 아니 애초에 오웬이 카인을 죽이려고 한다면, 마음만 먹으면 식은 죽 먹기인데, 그걸 안 해. 다른 북쪽이들에게 "오웬 너는 그 꼬마 기사 하나 상대를 못해서 쩔쩔매냐?"는 모욕적인 말까지 들으면서도.
동경바빌론에서 세이시로는 스바루 주변 사람은 죽이지만, 스바루만큼은 죽이지 않음.
그것을 스바루는 '자신에게 관심이 없어서'라고 오해하지만, 사실 세이시로는 스바루를 죽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스바루를 사랑하니까.
오웬도 같은 결로 읽자면, 카인에게 무지하게 관심은 많은데 관심을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은 모르고, 하지만 주변에서 뱅뱅 맴돌며 보고는 싶고, 죽이고 싶은 것은 아니고. 그렇지만 그 사람이 내 등만 보며 쫓아와줬으면 좋겠고.
그래서 택한 방법이 눈 빼앗기. 자기 딴에선 굉장히 괜찮은 해결법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자기 딴에는. 그러니까 페널티를 감수하면서도 했겠지.
이번 8, 9장 갱신분 보면서 가장 많이 한 말이, "아 오웬아, 카인 작작 좋아해라."였다.....
이 미친놈의 관심이 너무 크다. 마음은 너무 큰 주제에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은 몰라서 주변에서 빙빙빙 돌고만 있음. 아무도 그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적이 없거든... 아마 오웬은 자기가 카인을 자꾸 신경 쓰는 것이 사랑인지조차 모르고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사랑 맞는 듯...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관심을 보일 수가 없음....
현자의 마법사로 함께 일하면서, 틈만 나면 오웬은 카인을 자극함. 오웬은 카인의 고고한 기사로서의 프라이드를 끊임없이 시험하는 것일지도.
기사로서의 카인에게 흥미가 있으면서도, 카인이 그 고고함을 무너뜨리는 순간, '거 봐, 역시 너는 그 정도일 줄 알았어. 네까짓 게 내 기사님일 리가 없지.'라고 비웃고 싶어하는 마음도 있겠지... 실망해서 상처입지 않기 위해 언제든 발 뺄 수 있게 계속 방어기제 활용하는 거임.
9장에서는 카인이, 그런 방어기제를 치지 못하게 상태에서 말을 했으니 나름대로 대화가 이어진 것이고.
오웬과 카인의 관계가 진전되려면 일단 오웬이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함.
카인에 대해서 호감과 기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때, 카인의 솔직함+당당함과 마주설 수 있다고 생각해. 지금처럼 주변만 빙빙 돌면서 관심이 있는 듯 없는 듯한 말투만 해서야... 진전이 있을 수가 없지.
오죽했으면 카인이 이제야 '어린 오웬이 아닌 진짜 오웬도 나에게 관심이 있구나'라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았겠냐, 얼마나 주변에서 미운 말만 골라했으면 ㅋㅋㅋㅋ
그리고 카인과 진정으로 마주하는 날이 오웬의 1200살 넘는 생에서 가장 큰 발걸음을 내딛는 날이 아닐까 싶음. 오웬은 오래 살았어도 어린아이보다도 감정 표현이 서투니까...
단순히 자기를 지켜주는 기사님만이 아니라, 대등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상대를 오웬도 내심 찾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함... 고독함 속에서만 살아서 고독이 고독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기댈 수 있는, 그리고 대화할 수 있는 누군가를 원하긴 할 테니까. 그렇기에 기사의 성장을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
오늘의 오웬이 들으면 좋을 듯한 노래를 마지막으로 글을 마친다.
https://youtu.be/RHt8LCr3R4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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